<부제 : 당신의 의지는 안녕하십니까>

어? 떨어지나?

어? 안 떨어지네?
에이 안 떨어지는 거였네

 #1.

  한 남자가 협곡을 걷다 낭떠러지로 떨어져 벼랑 끝에 서게 되었다. 이 남자가 걸어오던 길과는 벌써 멀어져 저 위에 누가 있는지 식별이 안될 지경이었다. 남자가 서있는 벼랑은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마냥 딱 두 발만 놓을 공간만 있었다. 조금만 방심하면 저 아래로 떨어질 상황이었다. 남자는 한동안 긴장을 놓치지 않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긴장감은 줄어들었고 조금씩 안정감을 찾아갔다.

  "어? 생각보다 위험하진 않네?"
그 생각이 들자 긴장했던 몸이 조금씩 풀리면서 안도감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이제 이 남자에게는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남자는 하품까지 하고 있었다.


#2.

  한 여행가가 협곡을 걷고 있었다. 인적이 드문 협곡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앞장서서 걷고 있는 낯선 사람이 있어 조금은 덜 지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앞장서서 걷던 남자가 발을 헛디뎠는지 그만 협곡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다급하게 달려가 협곡 아래를 내려다 보았는데, 그 사람의 흐린 실루엣만이 보이는 듯 하였다.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주변을 보니 아마 그 남자의 허리춤에서 풀어진 듯한 밧줄이 팽팽하게 떨고 있었다. 줄이 떨리고 있는 것을 보니 떨어진 남자가 아직 살아있다고 확신했다. 여행가는 그 사람이 떨어지지 않도록 밧줄을 힘껏 당겼다. 혹시라도 아래에서 당기는 힘이 느껴진다면 그 남자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줄을 한참 붙잡고 있는데 등산객 두 사람이 지나가다 무슨 일이냐고 묻기에 설명을 해주었더니 곧 등산객 두 명도 밧줄을 잡고는 그 남자를 끌어올리자고 했다. 떨어진 남자가 올라오려 한다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구조할 수 있다고 했다. 마침 해도 산을 넘어가고 있어서 서로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밤이 되기 전에 구조를 끝마쳐야 했다.

#3.

  이제 벼랑 아래의 남자는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발 끝에서 돌 가루들이 저 바닥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도 이젠 긴장을 하지 않았다. 지금에서야 느낀 거지만 허리춤에 있는 밧줄에 장력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어디 나무뿌리에 밧줄이 걸린 것 같았다. 괜히 어설프게 밧줄을 당겨 올라가려 하다가는 줄이 끊어지거나, 나무뿌리가 뽑히거나, 자신이 발을 헛디디거나, 어느 쪽이든 벼랑 아래로 떨어지고도 남을 운명이었다. 누군가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구원해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밧줄은 끊어지지 않을 것이고, 올라가려다 죽든 굶어 죽든 어차피 죽을 것이라면 괜히 어설프게 행동하다 명을 재촉할 바에야, 누군가 구원해주리라는 희박한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걸고 그 자리에서 가만히 연명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

 결국 밧줄을 힘껏 당기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가 가야 할 길도 가지 못한 채 추워지는 산 속에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만 정작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은 벼랑으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망상 속에 빠져 하품만 하고 있었다.

 

-2021. 02. 18 작성
- 2021. 04. 27 검수 및 수정

 

자신 때문에 고생하고 희생하는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려는 사람, 혹 나의 모습은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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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를 시기하는 마음빈곤자들의 이야기>

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현란한 두 재봉사의 손놀림이 자신의 온 몸을 훑으며 현란하게 움직였지만 거울 속엔 벌거 벗은 자신의 모습과 낯선 네 개의 손만 있었을 뿐, 천쪼가리라고는 한 올도 없었다. 그래도 왕은 소문과 체면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1. 두 남자

덴마크의 어느 왕국에 살던 두 가난한 형제는 오늘도 끼니를 해결하지꙼̈ 못해 골머리를 썩히고 있었다. 잘생긴 편에 속했던 두 형제였지만 어릴 때부터 게으름이 온 몸을 지배했던 두 형제는 잘생긴 얼굴에도 불구하고 게으른 몸과 가난한 마음 덕분에 동네에서 인기가 없었고, 그 누구도 일을 시켜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두 형제의 귀에 왕국 광장에서부터 들려오는 소식이 있었으니, 바로 취임한 지 한 달 쯤 된 왕이 자신의 옷을 만들어줄 귀족 이하의 국민을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일종의 공모전인 셈인데 제작기간동안 왕궁에 기거하며 숙식을 해결해 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듣자하니 사람들은 대단하다는 말만 하지꙼̈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고 이 소식이 공표된 지 일 주일이나 지났지만 아직 사람을 못 찾았다는 말을 들었다.

형이 옆에 있던 행인에게 물었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있는데, 왜 다들 한다는 사람들이 없는 것이오? 그것도 일 주일 씩이나?”

행인이 말했다.

“쯧쯧, 젊은 사람들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너무 안 듣고 살았나보구먼, 공문을 보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아니오? 하지만 새로 취임한 왕이 그렇게나 까다롭다고 소문이 자자한데, 혹여나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우리같은 천민들이 목숨을 부지할 수야 있겠소?"

형제는 고민했다. 어차피 이대로는 배고프고 가난한 삶을 면치 못한 채 젊은 나이에 요절할 것이 분명했다. 이래도 저래도 죽는 삶이라면 인생의 단 한 번의 기회에 모든 것을 걸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하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해서 모든 게 다 해결되진 않는 법. 며칠을 고민하던 끝에 방법을 찾은 두 형제는 주변 연못에서 샤워를 하고 칼로 면도를 한 뒤 왕궁으로 찾아갔다.





#2. 대면

왕은 만두같이 생긴 얼굴에 얼굴에 기름이 좔좔 흘렀다. 형제는 어릴 적 어른들이 들려주던 동화에서 묘사되던 악덕영주 혹은 탐욕적인 왕의 모습을 떠올렸다. 왕을 조금만 띄워주면 자신들이 구워 삶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왕이 말했다. “오, 그대들은 누구인고? 2주일이 되도록 아무 소식도 없기에 상심이 컸었는데, 짐은 매우 기쁘게 생각하네.”

“저희는 조그만 마을에 사는 재봉사 형제입니다. 어릴 적부터 재봉사의 집안에서 태어나 재봉을 배우며 자랐고, 성인이 되어서는 둘이서 재봉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아 간판도 없이, 조그만 가게에서 주문제작만 하며 살았는데, 아무도 폐하께서 마련하신 이 기회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없기에 안타까워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

두 형제는 서로 눈치를 살피며 능숙하게 거짓말을 하였다.

왕은 아주 흡족해했다. 특히 제작주문이라는 말에 왕은 더 이상의 이야기는 듣지꙼̈ 않아도 되겠다며 시종을 불러 바로 형제가 묵을 방과 시설들을 소개해주라고 하고, 원단을 재단실로 옮겨 놓으라고 했다.

“아참, 치수는 언제쯤 재면 되겠나? 그리고 제작기간과 전반적인 일정을 미리 알려줬으면 하네만”

형제는 일정을 알려달라는 말에 간담이 서늘해졌다. 거짓말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이지꙼̈ 옷을 만들기는 커녕 집에서 바느질조차 안 해 본 사람들이 제작기간 따위를 알 턱이 없었다. 두 형제는 왕궁의 생활을 되도록이면 오래 즐기고 싶기에 한 달 쯤 걸린다고 말했다.

“한 달? 흠.. 시간이 꽤나 걸리는 군, 뭐 좋네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것이겠지꙼̈”

왕은 제작기간이 좀 오래걸리지꙼̈ 않나 싶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3. 거짓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만 할 뿐,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

“재봉사 형제여, 어서오게”

두 형제는 왕의 옷을 제작하는 재단실에 들어가고는 턱이 빠질 정도로 놀랐지만 내색하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재봉사가 작업을 하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재단실 안에 화장실이며, 세면대며 식탁과 조그만 발코니까지꙼̈ 딸려있었기 때문이었다. 옷을 제작하는 공간만해도 조그만 마을의 촌장집 만한 크기였다.

왕은 쭈뼛쭈뼛하는 재봉사 형제에게 말했다.

“긴장하지꙼̈ 말고 앞으로 한 달 동안 그대들이 쓸 공간이니 편하게 쓰도록 하고 필요한 게 있으면 시종을 부르게. 불편한 것들을 다 해결해 줄 걸세.”

“ㄴ..네 감사합니다”

“자 그럼 치수부터 재어볼까?”

이제 엎질러진 물이었다. 더 이상 쭈뼛대다간 이도저도 아닌채로 목이 달아나기만 할 판이라고 생각한 형은 작전을 실행에 옮겼다. 옆에 있던 줄자로 뒷목점부터 요추까지꙼̈. 가슴둘레, 허리둘레 등 치수를 꼼꼼하게 재(는 척 하)고 동생에게 불러주었다. 동생은 형의 애드리브에 깜짝 놀랐지만 금세 정신을 차리고 형이 불러준 치수를 다시 말하며 종이에 받아적었다. 동생은 형의 이런 모습에 미친놈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왕은 그런 동생의 마음도 모르고 자기 일을 즐겁게 한다고만 생각해 더욱 믿음이 생겼다.

“저.. 임금님, 치수는 다 재었습니다. 여기 있는 원단도 아주 훌륭한 원단이지만 저희 집 가보로 내려오는 세상에 단 하나뿐일 원단이 몇 필 있는데, 그것으로 제작을 해도 되겠습니까? 매 번 일반인들만 상대하다보니 귀한 원단을 쓸 일이 없었는데, 이렇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왔을 때 써야 원단의 값어치도, 임금님의 품위도 더 올라갈 것으로 생각됩니다.”

임금은 자신은 세상 모든 귀한 것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이 모르는 귀한 원단이 있다는 말에 그 원단이 궁금해졌다.

“짐이 모르는 원단도 있단 말인가? 대체 어떤 원단인지꙼̈ 말해줄 수 있겠나?”

형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가보로 내려오는 원단은 사실 옛날 이 왕국이 처음 세워질 때, 사람들의 마음을 평가하기 위해 이용되었던 원단들 중 마지막 남은 몇 필입니다.”

#4. 심판자

“ 왕국이 세워지기도 전의 이야기입니다. 그 누구도 지도자의 자격이 없었던 어두운 시기에는 사람들이 도덕심, 윤리의식, 법률의 기준 없이 마음 가는대로 살았습니다. 그 혼돈의 시절 마을에 한 이방인이 와서 정착을 했었는데, 그 이방인은 직물을 짜는 사람이었습니다. 헌데 이상한 점은 그 이방인의 직물을 누군가는 보고 아름답다고 하는데, 다른 누군가는 대체 무엇이 보이냐며 직물을 보는 사람을 미친사람 취급하였습니다. 그 소문이 동네에 퍼지고 마을 사이에 퍼지다가 주변 마을까지 소문이 퍼졌었는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사람들이 ‘저 사람은 악한 사람이야’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이 직물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기준을 사람들이 알게되자 모두 이 천을 하나의 기준으로 삼아 사람들을 분류하고 나누기 시작했죠. 그리고는 몇 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왕국이 세워졌습니다. 그 후 이 왕국에서 여러가지꙼̈ 법률들이 생기고 난 뒤에도 한동안 이 천이 사회적 기준을 잡는데 기여를 했었죠. 그렇게 평화만이 계속 될 것 같던 시기에 직물을 제작하던 이방인이 죽는 일이 생겼습니다.이제 직물이 생산되지 않으므로 직물은 점점 신성이 되었고, 직물을 본다는 것 자체가 선악의 기준이 아닌 일종의 선민사상처럼 차별을 낳기 시작했습니다. 본질이 흐려진 후 원래 직물을 보던 사람들도 하나 둘 사람들을 평가하고 분류를 나누며 서로 정죄를 하다보니 직물을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선했던 사람들도 어떤 기준이 생기니 사람들을 미워하며 악해졌던 것이죠. 점차 사람들의 눈에서 보이지꙼̈ 않게 되던이 직물은 어느 새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다가 저희 가문의 선조에게 물려졌고, 직물을 보며 마음을 지키라는 우리 가문의 전통에 따라 우리 두 형제만이 이 직물을 보존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왕은 그런 이야기를 전설이나 민담 속에서조차 들은 적 없지만 그 직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꼭 보고싶었다. 그러면서 내색하지꙼̈ 않고 형제에게 물었다

“그런 귀한 직물을 남겨두지꙼̈ 않고 짐에게 사용해도 되겠는가?”

동생이 말했다.

“어차피 우리 형제가 죽어 없어지면 이 직물은 아무리 귀한것이라고 해도 이 세상에서 잊혀질 것입니다. 하지만 왕께서 이 직물로 옷을 입고 다닌다면 이 나라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국보로 이어질테고 왕을 시작으로 후대에 왕에 오르는 모든 왕들은 이 직물의 특성 덕분에 착하고 어진 왕들만 세워지게 될 것인데 어찌 저희의 욕심으로 숨기고만 있겠습니까”

그 말에 왕은 크게 감동했다.

“그럼 짐의 모든 것을 걸고 옷을 대대로 물려내려가도록 하지꙼̈. 자네들에게는 그에 맞는 보상을 해주도록 내 친히 이야기 해 놓겠네.”

두 형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부자들을 등처먹는게 이렇게 쉬운 줄 일찍 알지꙼̈ 못한게 한탄스러울 뿐이었다.

#5. 왕의 옷

보름이 지났다. 마냥 먹고 놀면 좋겠지만 자신들도 목숨을 걸고 하는 것이기에 할 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못해도 남은 보름이라도 호화롭게 살테니까.

“자 그럼 가봉을 하겠습니다. 이 거울 앞에 서시면 되겠습니다,”

임금은 내복만 입은 채 기대에 부푼 얼굴로 거울 앞에 섰다.

그런데 형이 곤란한 표정으로 쩔쩔메는 것이었다.

“문제가 있나?”

“저... 송구하오나, 잊고 계신 내복과 속옷도 벗으셔야 합니다.
원단이 생각보다 남는 부분이 있어 속옷도 만들었습니다.”

왕은 기분이 썩 좋지꙼̈ 못했으나, 거사 앞에서 자존심을 세웠다간 모든 게 틀어질 게 뻔했으니 왕은 곧 속옷까지꙼̈ 벗고 거울 앞에 섰다.

그러자 두 형제가 현란한 움직임으로 옷을 입히고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가운을 걸쳐주었다.

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신이 정말 마음이 악한 것인지꙼̈ 이 두 형제가 자신을 벌거벗겨 놓고 장난을 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눈에 보이지꙼̈ 않는 원단이라고 해도 손으로 집어 입힌다는 것은 몸에 스치는 느낌이라도 있어야한다는 것인데, 그런 느낌이라곤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형이 말했다.

“역시 이 원단을 가져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주변 신하를 불러 옷을 보라고 하시지요”

왕은 아직도 자신이 벌거벗은 느낌에 주저했다.

“흠, 그.. 그래. 여봐라 딱 둘..! 둘만 들어와보거라”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관료 두 명이 들어오며 멈칫 했으나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장황한 말을 늘어놓았다.

“전하, 세상에 이렇게 멋진 옷은 제가 이 왕궁에서 일 한 이래로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백성들이 보아도 중후함에 충성심이 절로 흘러나올 것입니다.”

이미 궁중 내에 옷감에 대한 소문이 다 났었기에 혹시 자신만 옷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군중심리에 모두가 옷이 보이는 척 했다. 그러자 왕도 옷이 보이는 척 하기 시작했다.

“흠흠 그래 나도 이 앞섶을 타고 흐르는 이 라펠이 맘에 드는구만. 백성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 옷이 제대로 마무리 된다면 바로 광장에 모여서 이번 일의 결과를 알려야겠구만.
자네들은 두 형제와 일정을 논의하고 축제 준비를 하게. 그 날 이 옷을 입고 나갈테니.”

두 신하는 반신반의 하며 재단실을 나갔다.
형제들은 한탄했다. 그래도 단 한 명이라도 제대로 된 말을 하겠거니 생각했는데 모두가 하나 같이 제정신이 아닌 놈이었고, 이런 놈들이 나라를 돌려먹는다고 생각하니 이 나라의 미래를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곧 자신의 일도 아닌데 상관없다며 행사 준비를 하러 회의실로 향했다. 언젠가 죽을 것 차라리 이 멍청한 나라를 상대로 돈을 뜯어내고 이웃나라로 이주할 계획이었으니까. 그것이 자신들과 상관없는게 아니었음에도 그들은 아직까지꙼̈ 비극이 코 앞까지꙼̈ 온 줄 몰랐기에 그저 남 이야기로 치부하고 말았다.

#6. 불쌍한 사람들(레 미제라블)

축제의 당일이 되었다. 모든 백성들이 광장에 모였고, 모두 그 소문의 옷을 보기위해 모여들었다. 왕의 대관식 때 모였던 것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다. 아마도 주변의 나라에서도 소문을 듣고 온 모양이다.

곧 왕이 나타난다는 관료의 외침에 군중들이 숨을 죽이고 모두 커다란 문만 지켜보고 있었다.

그 어두운 문에서 새하얀 누군가가 걸어나왔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천사와 같은 모습인 줄 알고 탄성을 질렀으나 곧 햇빛을 온전히 받고 있는 왕의 나체를 보고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

온 우주가 멈춘 듯한 정적. 왕은 자신의 예상과 전혀 다른 반응에 상황파악이 안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 많은 군중 속에서 한 꼬마의 외침이 정적을 산산조각냈다.

“임금님이 벌거벗었다!!!”

그 외침에 왕은 그제서야 이 모든 상황의 진상을 알게 되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이의 외침에 수 많은 백성들이 일제히 웃음이 터졌고 이 무더위를 날려버릴 시원한 웃음바다 속에서 왕은 혼자 온 몸이 뜨거워졌다.

왕은 당장 왕궁으로 들어가 경호대장을 불러 그 두 형제와 재단실에 들어왔던 두 관료를 잡아오라고 했다.

그 시간 두 형제는 왕궁의 복도에서 왕의 벌거벗은 모습을 보고 크게 만족한 뒤 왕에게 받은 보수와 짐을 챙기고 떠나려고 했다. 그 길로 바다를 건너 영국으로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성을 나가는 관문에서 체포당하고 말았다.

두 형제는 왕을 속이고 왕궁 내에 혼란을 야기한 죄로 그 다음 날 처형되었다. 두 관료 역시 진작에 사실을 고하지꙼̈ 않고 이 일을 키운데 한 몫을 했다는 죄로 처형되었다. 사실 숨긴건 신하 모두가 똑같았지만, 개인적인 감정으로 관료들을 죽일 수는 없으니 왕에게는 분풀이의 명분이 필요했다.

왕은 결국 품위를 지키지꙼̈ 못한 왕으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세대가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법의 기준이 되었던 직물과 같이 왕국에서 도덕과 윤리의 반면교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후에 왕국에서는 이 벌거벗은 임금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허영심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것과, 힘들 때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배신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2020년 1월 12일 작성시작

2020년 2월 11일 작성완료
2021년 4월 25일 개정1판

챕터 5~6을 한 몫에 써내려갔는데 너무 급 마무리가 된 느낌이다. 원작과도 큰 다름은 없는 느낌 같기도 하고, 자신들의 불만을 자신보다 우월한 상대를 뭉갬으로부터 얻는 잘못된 감정표현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2020년 2월 11일

본문을 몇 몇 군데 다듬었다. 기본 틀은 수정하지 않았다. 작은 디테일을 추가 및 삭제했다. - 2021년 0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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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익빈 부익부, 태생부터 게으른 자들에 대하여"

#1. 놀부와 흥부, 형 그리고 동생

놀부는 놀기 좋아하고 욕심도 많았다. 집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다소 거칠 때도 있었지만 외향적인 성격의 놀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만큼 놀부를 싫어하고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놀부는 성격상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까지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흥부는 놀부와는 달리 조용하고 섬세한 면이 있었으며 다소 소심한 편이라 밖에 나가서 노는 것보다 집에 있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어릴 때 주로 어른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그 덕분인지 작은 일에도 어른들의 넘치는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랐다. 
사춘기가 시작될 쯤, 놀부는 흥부를 바라보다 문득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철부지 같은 흥부가 과연 스스로 이 세상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부모님은 언제까지 건강하실까? 고민이 이 정도까지 이어지자 놀부는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사랑만 받고 큰 흥부가 이 세상을 잘 살아갈 지 의문이 들었으니 자신이 열심히 공부해서 부모님과 흥부를 부양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놀부는 맞이라는 부담감을 짊어지며 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스스로 채찍질하며 정신을 바짝 차렸다 
흥부는 놀부의 이런 생각을 알았을까, 사춘기에 접어들며 조금만 것에도 과한 관심을 가지는 어른들의 시선이 고맙기도 했지만 왜 자신에게는 따끔한 소리 한 번 안하고 온실 속 화초처럼 키우는지 원망스럽기도 했다. 자신의 게으름이 마치 어른들의 탓인 것처럼.. 그리고 자신과 점점 격차가 벌어진다고 느껴지는 형의 존재도 은근히 비교의식을 갖기 충분했기에 사춘기의 예민한 감수성은 쥐를 쥐덫으로 유인하듯 흥부를 일탈로 이끌었다. 

성인이 될 무렵, 놀부는 성균관에 가게 되었다. 한창 놀고 싶은 나이에 놀기를 거부하고 공부만 했는데, 이젠 한창 꽃피울 시기에 또 공부를 하며 청춘과 중년기를 맞바꾸었다. 지금의 절제가 나중의 희망이 되길 바라며, 
반면 흥부는 슬슬 집에 있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어릴 때야 시도 때도 없이 놀아도 어린아이는 놀면서 크는 거라며 어른들이 좋아했지만, 사춘기시절 공부의 시기를 놓치고 어른이 되어버렸더니 친구들 사이에서 경쟁력이 없어 한참 뒤쳐졌기 때문이었다. 공부하는 습관이 들지 않은 흥부는 늦게나마 공부를 시작하기보다 이미 늦었다고 말하며 불편한 시선들을 피해 집 밖에 나가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졌다. 그러다 어느 날 옆 고을에서 열리는 큰 장터에 나갔다가 한 여인을 만났는데, 결혼을 하기에는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였지만 뒤떨어지는 외모는 아니었기에 몇 번의 구애 끝에 어린 나이에 결혼에 성공했다. 

처가 댁에서는 처음엔 아무것도 없는 흥부를 반대했지만 곧 놀부가 성균관에 진학했고 그 이유가 가족의 부양이라는 이유를 알게 되자 한 숟가락 얹어볼 심산으로 승낙을 했다고 한다. 

몇 년 후, 나라에 큰 기근이 와서 모두가 힘들어 할 때, 각 고을의 몇 몇 대감들은 그래도 넉넉한 재산이 있었는데, 대감들은 먹거리를 구하러 온 사람들에게 밭일, 수선, 가사 등을 시키고 그 대가로 쌀과 반찬 등을 주며 서로 살아나갈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다. 
그 대감들 중에 놀부도 있었는데 사람을 쓰는 데는 대감들 중에서 놀부가 가장 까다롭기로 소문이 났다, 간단한 일도 아무나 쓰지 않았다. 그리고 놀부는 다른 대감들과는 달리 정말 공부에 간절하지만 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하지 못하는 청년들에게 오롯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는데, 그 기준이 까다로워 쉽게 놀부의 지원을 받을 수는 없었다. 모두가 힘들다고 모두를 도와줄 수 없는 실정이니, 간절한 사람들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인재로 커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따져야 했다. 
흥부는 결혼을 하고 몇 년이 지날 동안에 그렇다 할 일은 하지 못하고 집에만 있다 보니 아이만 계속 낳게 되었는데, 그 마음 속 한 켠에는 아마 형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 기대를 가지고 놀부에게 찾아가 밥 동냥을 했더니 그 오랜 시간 고생하며 살아온 놀부는 스스로의 삶에 책임감 없이 사는 놈에게는 콩 한 톨도 못 준다며 문전박대를 했다. 
놀부는 정말 화가 났다. 자신이 그렇게 노력하는 걸 보면 흥부가 비록 어렸을 시절 철부지였다 해도 자극을 받아 열심히 살 줄 알았건만 결혼까지 해서 가정을 이끌어야 할 가장이란 놈이 고작 한다는 게 형 앞에 찾아와 밥 동냥을 하다니. 한 때 가족을 부양하려고 청춘을 포기하고 공부에만 몰두한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흥부에게 도움을 주지 않겠다는 건 아니었지만, 그건 흥부가 노력해도 안될 때 아낌없이 지원해주겠다는 것이었지 아무 노력도 없이 비굴하게 밥이나 동냥하러 오는 동생에겐 정말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가 없었다. 
차라리 자신에게 일을 시켜달라고, 가족들 굶어 죽지 않게만 해달라고 말을 했으면 정말 일만 시켰을까, 놀부는 흥부의 근성 없는 모습이 너무나도 보기 싫었다. 
흥부는 형이 무서워 형수님께 갔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놀부를 찾아갔을 때와 다른 점이 두 가지 있다면 형수님이 밥주걱으로 따귀를 쳤다는 것과, 그 주걱에 밥풀이 묻어있어 뺨에 묻은 밥 덩어리를 먹을 수 있다는 것 정도였다. 
흥부는 그 밥 덩어리를 손에 쥐더니 고민도 없이 입 속에 털어 넣어 버렸다. 흥부는 결국 가정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그런 사람,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는 맞는 사람이었다. 
 
 
 
#2. 귀한 손님, 제비

흥부가 아침 일찍 마당에 나갔던 날, 마당에는 다리를 다친 제비가 있었다. 흥부는 제비를 잡아 잡아먹으려 했으나, 아내가 제비는 귀한 손님을 상징하는 새가 아니냐며 다리를 고쳐주고 돌려보내자고 했다. 흥부는 배고픈데 그런 게 무슨 상관이냐고 몰아세웠지만 아무 말 없이 빤히 쳐다보는 아내의 눈빛에 곧 아내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아내는 제비의 다리를 고쳐주며 놀부에게 말했다. 우리는 가난하게 살고 있지만 아이들의 마음까지 가난하게 키우고 싶진 않다고. 
흥부는 듣기 싫은 듯 방문을 쾅 닫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 제비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져 갈 무렵, 마당에 건강한 제비가 있었는데 다리에 흰 천을 감고 있었다. 흥부 아내가 제비를 확인하려 가까이 다가가자 제비는 푸드득 날아가버렸는데 그 자리에 무슨 박 씨 같은 것이 있었다. 흥부와 아내는 제비가 저번의 은혜를 갚으려고 씨앗을 주고 갔다고 생각했다. 밭이 없는 둘은 박씨를 마당에 심었다. 이 박이 자라기만 하면 그래도 며칠은 배를 채울 수 있을 테니 기쁜 마음으로 씨앗을 심었다.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들은 것 같았다. 제비를 도와준 가난한 사람이 제비가 가져다 준 씨앗을 심었다가 부자가 된 이야기를. 흥부는 지금 상황이 딱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모든 정황들이 자신의 이야기와 맞아떨어진다며 분명 이 박 속에는 보물이 들어있을 것이며, 박을 계속 키우면 박이 자라며 박 안의 보물도 점점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박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더니 박의 수도 많아지고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흥부는 신이 났다. 비록 매일 배가 고픈 삶을 살았지만 곧 고생이 끝나고 부자가 되어 문전박대 했던 형에게 찾아가 보란 듯이 나타나 복수를 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며칠을 박만 바라보던 날 흥부의 아내는 이제 그만 박을 타고 보물로 먹거리를 사서 밥을 먹던지, 보물이 없으면 박이라도 먹고 허기를 때우던지 하자고 했다. 그러자 흥부는 노발대발하며 더 큰 보물을 얻을 수 있는데 무슨 말을 하냐며 가족 앞에서 처음으로 미친 사람처럼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게거품을 물었다. 
그렇게 박만 바라본 지 한 달이 되던 날. 수확시기를 놓친 박이 하나 둘 썩어 문드러지며 갈라졌는데, 그 안에는 보물은 커녕 상할 대로 상한 썩어버린 박만 있었을 뿐이었다. 

흥부는 자신이 노력하여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지 않고, 일확천금을 노려 손 쉽게 고난을 피하려는 소인배,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는 맞는 그런 사람이었다. 


- 2019. 07. 09. 소재 찾음
- 2019. 12. 11. 1차 완성
- 2021. 04. 27. 오/탈자 확인 및 문장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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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형은 자신의 재산을 다 털어 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지푸라기 집에 살았다.

작은 형은 자신의 재산의 절반을 털어 막내 동생에게 주었고 흙으로 지은 집에 살았다.

막내는 형들에게 받은 재산으로 벽돌집을 지어 남 부러울 것 없이 살았다.


"떠들기 좋아하는 사람, 가족, 돈에 대하여"


우리 삼형제는 너희가 동화책을 읽던 그 시절에 부모 아래에서 독립하여 자신만의 성향대로 살고 있었어.

그런데,  남 이야기 떠들기 좋아하는 형편없는 작자가 우리의 삶을 관찰하더니 곧 온 동네에 가서 떠들기 시작했고 기어코 외국까지 나가서 우리 이야기를 떠들어 대는 것이었어.

내용인 즉 첫째는 게을러 지푸라기 집에 살고, 둘째는 그나마 좀 나아서 진흙 집에 살고 셋째만이 부지런하여 벽돌집에 산다는 그런 이야기였지.

그런데 그 이야기가 뭐가 재미있는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가 되어버렸어. 중요한 건 그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상관없었지.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저 사람들의 관심만 중요하게 생각한 작자들이 자신만의 공간에 왜곡된 우리 이야기를 퍼다 나르면서 따봉을 받고 있다는 게 헛웃음만 나올 뿐이야. 그런 사람들에게 우리는 그저 한 번 웃고 지나가는 그런 이야기일 뿐이겠지만, 우리는 평생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해.
늘 느끼는 것이지만, 나는 남 이야기 떠들어대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관심이 1도 없지만, 그 작자들은 언제나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거야.

결국 어떻게 되었냐고?

온 세상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듣고는 죄다 우리 형제를 욕했어.
특히 맏형인 내가 가장 큰 욕을 먹었지.

  나는 그저 간소하게 사는 것이 좋았을 뿐인데, 사람들은 근면성과 성실함을 들먹이며 날 게으르다고 했어, 그건 둘째도 마찬가지였어. 셋째만이 똑 부러지는 성격이라며 제대로 된 집에 살고 있다고 말했지.
단지 각자 성향에 맞게 살고 있는 것인데, 왜 보편적 기준이라는 이유로 우리가 누군가에게 평가되고 재단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부터야

내가 왜 가족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는 줄 알아?
가족은 있는 그대로 있을 때는 없으면 안 될 존재이지만 그 사이에 다른 무언가가 들어오면 그것으로 인해 세상에 둘도 없는 원수가 되기도 하거든. 가령 돈이라거나.

우리도 그랬어. 문제는 돈이었지. 너희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 뒤에 우리가 성인이 되었을 때, 여전히 우리 이야기는 구전으로 전해지며 새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까지 이어졌지. 그 아이들 역시 우리를 욕했어.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여 우리는 각자 사업을 시작했어.
처음엔 힘들고 적자도 나면서 며칠 굶는 날도 있었지만, 해가 거듭될 수록 상황이 나아지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흑자가 크게 나면서 결혼도 하고 집도 사고 아이들도 낳았어.

이런 좋은 시간들이 계속 될 것만 같던 어느 봄 날, 막내가 가까운 사람에게 사기를 맞으면서 쫄딱 망해버렸지.

그 똘똘하고 자존감 높던 애가 한번에 그렇게 무기력증에 빠지더니 어느 새 술에만 의존하고 있는 거야..

세상에 돼지에 소주라니..
나도 돼지인지라 궁합이 잘 맞는다고는 말 못하겠다.


나와 둘째는 셋째를 위해 재산을 끌어 모으기로 했어.

재산의 절반 씩 모아 셋째에게 주었고, 나는 둘째에게 아이가 많아 힘들지 않냐며 남은 재산을 좀 더 떼어 둘째에게도 주었어.

그 덕에 나는 다시 지푸라기 집에 살았고 둘째는 진흙집, 막내는 벽돌집에 살았어. 그래도 나는 태생이 간소하게 사는 것을 좋아해서 불편함은 있었지만 큰 어려움은 없었어.

그러자 또 앵무새 같은 놈들이 찾아와서 또 우리의 삶에 대해 떠들어대기 시작했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그 놈들에게 관심이 없다고 그 놈들도 나에게 관심이 없는 게 아니야. 난 관심이 없지만 언제나 남 말하기 좋아하는 앵무새들은 나에게 관심이 많지.

아, 말이 새서 미안해. 동생들 이야기 중이었지? 그래. 알코올 중독자는 쉽게 도와주는 게 아닌가 봐. 막내는 큰 돈이 한 번에 생기자 복권이라도 맞은 마냥, 더 흥청망청 살기 시작했어. 차라리 자립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주는 게 현명했을 거야. 가족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도와줘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물질적으로 도와준 것이 화근이었나 보다.

지금 이렇게 후회를 하지만 당시 나는 어쩌면 셋째를 도와주지 않았을 때 다른 사람들에 의해 결정 되어지는 나쁜 평판이 무서웠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그 사람들의 비아냥은 우리의 문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인데 왜 그렇게 신경을 썼는지 모르겠어.

결국 나와 둘째는 가계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자기 가정을 지키는데 바빴고 서로 간에 우정도 점차 잃어갔어. 차라리 누가 욕을 하든 옛날처럼 있는 그대로 사는 게 더 나을 뻔 했나 싶기도 하고.. 

살림살이가 넉넉하지 못했어도 우리의 우정만큼은 부족하지 않았는데 말이지. 아마 우리 사이에 사람들의 평판과 큰 돈이 들어온 후로 조금씩 변했던 것 같아.

오늘 동네에서 놀림을 받고 돌아와 슬프다는 아이들의 말을 듣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남의 평판에 쫓기기 보다는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삶을 살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는 그러지 못하면서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살라고 하는 모순이 참 웃기지도 않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    2019. 06. 01 작성

-    2021. 04. 27. 검수 및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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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쳇, 저건 보나마나 신포도지 뭐. 신포도 주제에 뭐가 그렇게 오래 매달려 있으려고 저 높이 매달려 있는지 모르겠네. 어차피 아무도 먹지도 않을텐데"
 

방구석 평론가

 
  마을에 포도 맛이 좋기로 소문난 농장이 있었다. 대체 누가 먹는지 본 적 없지만 여우는 어릴 때부터 지겹도록 들은 그 포도농장이었다.
  자신은 꿈에서나 먹어볼 법한 포도였기에 언젠가 어른이 되어 돈을 많이 벌면 저 포도를 먹어보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살았는데, 지금은 집에서 일 인분의 양도 감당하지꙼̈ 못하는 식충이.  여우모피를 쓴 여우고기에 불과했다.
  여우는 그 포도가 싫었다. 한 때 삶의 목표로 삼았던 포도가 이젠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고 그깟 포도 하나 못 사먹는 여우로 만들어버린게 저 재수없는 보랏빛 포도라고 생각했다.

  “저까짓 포도 누가 돈 주고 사먹냐, 그냥 몇 알 훔쳐먹으면 다신 안 먹을 포도인데. 동네도 조용하겠다 한 송이만 맛봐야겠다”
  무적의 논리로 서리를 다짐한 여우가 긴 막대로 허공을 휘저었다. 운동이라곤 평생 하지도 않은 여우가 긴 막대 끝에 걸리는 힘을 감당할 수 없었다. 감당은 커녕 일자로 들고 가만히 서있는 것도 힘들었다. 그렇게 몇 번 휘젓다가 체력이 바닥난 여우는 막대를 버리고 돌을 주웠다.
  돌을 포도송이를 향해 던졌지만 근처도 가지꙼̈ 못했다.
  한참동안 궁리를 하던 여우는 누군가 오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옆 동네에 머리가 좋다고 소문난 까마귀였다. 그 까마귀는 포도나무 꼭대기에 앉아 포도를 쪼아먹기 시작했다. 여우는 까마귀에게 부리로 가지를 쪼아서 한 송이만 떨어뜨려 달라고 부탁했으나 까마귀는 서리도 능력이 되고 머리가 좋아야 하는거라며 여우를 놀려댔다. 여우는 저 꼴뵈기 싫은 까마귀 놈을 언젠가 고기반찬으로 만들어버리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몇 시간동안 고민하고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도 목표로 삼은 포도 한 송이는 커녕 한 알도 못 떨어뜨린 여우는 씩씩거리며 애꿎은 포도에게 탓을 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여우는 생각했다.

"쳇, 저건 보나마나 신포도지 뭐. 신포도 주제에 뭐가 그렇게 오래 매달려 있으려고 저 높이 매달려 있는지 모르겠네. 어차피 아무도 먹지도 않을텐데" 
"왜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거지? 왜 내가 하려고만 하면 주변에 방해하는 것들이 많냔 말야. 이 세상에는 정말 도움되는 것들이 하나도 없어. 아까 그 까마귀놈도 똑같애. 지도 서리하는 주제에 그깟 포도 한 송이 좀 떨어뜨려주면 부리라도 부러져?"
 세상에 대한 불만을 숲 속 동물 모두가 들리도록 내뱉지도 못하고 코 앞에서만 중얼중얼댄 여우는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갔다.
 
  "여우야, 어디 다녀오니? 밥 먹을래?"
  "아니요. 먹고 왔어요"
 
엄마 여우의 질문에 건조하게 말한 여우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타닥 타닥’
  여우는 숲 속 커뮤니티에 “ 야 우리마을에서 전국에서 부자들만 사먹는 @@포도 한 송이 선물받아서 먹어봤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맛있는 포도는 아니더라. 자연산 A- 정도? SS급이라고 생각한 동물 있으면 사먹지꙼̈ 마라…. 그 돈이면….”라고 글을 쓰며 “쉰포도.. 먹었으면 오늘 묫자리 알아봤을듯…”하며 중얼댔다.
 
  - 똑똑
 
  "여우야 뭐하고 있니? 포도먹고 하렴"
 
  무심한 척 포도접시를 받아든 여우는 어머니가 방에서 나가고서야 웃으며 "역시 집에서 먹는 포도가 최고지"라며 만족한 표정으로 포도를 먹었다.
 
  힘들게 노력해야 먹을 수 있는 자연산 포도를 얻지 못한 자신의 능력을 개선하기 보다 신포도라며 포도탓을 하는 여우의 모습. 그저 편하게 얻을 수 있고 무난한 맛에 만족할 수 있는 하우스 포도로 적당히 만족하며 현재에 안주하는 여우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
 

2019. 5월 - 1차 작성
2024. 04. 29 수정1 - 방구석 철학자들에서 방구석 평론가로 부제목을 바꾸었다. 배경스토리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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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끼는 굳이 자신보다 느린 거북이에게 경주를 신청했고, 그 경주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애매한 능력의 콤플렉스에 대하여



 
  “ 아..심심하네…”
  토끼는 오늘도 할 일 없이 집에서 너튜브만 보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예전부터 자기 잘난 맛에 자랑질만 하고 살다보니 주변에 친구랄 것도 없이 어느샌가 혼자 다니게 되었다. 말로는 굳이 다른 동물들과의 관계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자신이 왕따를 당하는 게 아니고 오히려 자신이 주변 동물들을 왕따 시킨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곤 집 밖 친구들의 소식에 꽤 귀가 밝았다.


  누군가 멋지고 훌륭한 사냥꾼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숲 속 커뮤니티에 “와~ 최근 떠오르는 사냥꾼이 있다고 하던데 몇 마리나 잡았나요? 무슨 동물을 잡았나요? 근데 나도 소싯적엔 하이에나 6마리랑 6대 1로… …” 라고 글을 쓰거나 누가 달리기 대회에서 우승 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와~ 빠르긴 하네요. 근데 실전에서는 앞만 보고 달리는 대회랑 차이가… … 나는 최근에 치타랑 거의 비슷하게 달렸는데 저 보단 조금 못하네요. 다음에 같이 뛰어봐요” 라는 식의 글을 썼다. 익명이라는 그늘 아래 숨어서 되는대로 지껄이는게 잠깐의 지루함을 달래는 토끼만의 여가생활이었다. 어차피 동물들이 신고를 할 것도 아니고 우리 같은 동물에겐 경찰도 없는데 알 바 아니라는 식이었다. 쪽팔리는 행동인 줄 알지만 뭐… 밖에도 잘 안 나가거니와, 익명인데 누가 썼는지꙼̈ 알 게 뭐냐는 논리였다. 토끼는 그런 동물이었다. 그 짓도 어느정도 하다보니 말하는 방식이 드러난건지꙼̈ 그 짓을 할 동물이 한 놈 밖에 없었던건지꙼̈ 동물들이 토끼가 쓴 댓글임을 자연스레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토끼는 방구석 여포가 되어 (본인말로) 동물들을 왕따시키며 칩거 생활을 하게 되었다.

  유튜브를 보던 토끼는 문득 창 밖 너머에 거북이가 어딜 가는지꙼̈ 움직이긴 하는지꙼̈ 오솔길로 걸어 기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거북이와는 어린 시절 동네에서 달리기를 해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너무 느려서 속으로 엄청 웃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 거북이가 걷는 걸 보니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똑같은 모습이라 한심하다 생각해 심싲하던 차 곯려줄 생각을 했다.
  몇 초 생각을 하던 토끼는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생겼는지꙼̈ 양 귀가 하늘을 찌르듯이 뾰쪽 솟았다. 그 길로 냉큼 거북이에게 달려간 토끼는 괜히 친한 척 거북이에게 말을 걸었다.
  “헤이 안녕 거북이야!”
  거북이는 갑자기 나타난 토끼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 거북이야 어디 가는 길이니?”
  거북이는 토끼에 대한 기억이 잘 없었다. 어릴 때 몇 번 본 게 전부라 사실 이 토끼가 그 토끼인지도 알 수 없었다.
   “ 혹시 거북이야. 바쁘지꙼̈ 않으면 나랑 달리기 시합 좀 해주지꙼̈ 않을래? 내가 몇 년 동안 집에만 있었더니 몸이 뻐근하고 관절이 안 좋아져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 건강도 챙길 겸 운동을 하려는데 혼자 달리려니 변화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어서 말이야”
  거북이는 토끼가 머쓱해하며 자신에게 경주를 신청하는 속내를 알았지만 같은 숲 속 친구이기에 내색하지 않고 흔쾌히 경주를 수락했다. 토끼가 몸도 안 좋고 재활 목적이 좀 더 크다고 생각하여 내키지꙼̈ 않지만 달려주겠다고 했다. 대신 숲 속 동물들을 모두 불러 경주하면 좀 더 객관적인 피드백이 있을테니 날짜를 정하고 모두가 모인 곳에서 달리자고 했다. 거북이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실은 동물들이 보는 데서 달려야 토끼가 정정당당히, 그리고 다른 마음 안 품고 열심히 달릴 것 같았다.
 
  경기 날, 숲 속 동물들이 이게 무슨 경주냐고 투덜대며 모였다. 마을에서 모두의 신임을 얻는 거북이가 요청하지 않았다면 오기도 싫은 이벤트였다. 게다가 토끼의 속내를 모두 알고 있었다. 결과는 뻔한 경주인데 그걸 알면서 변명거리를 대며 경주를 하는 토끼를 때려잡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모두 끝까지 참을 뿐이었다.
  경주가 시작되었고, 숲 속 동물들의 생각이 당연하다는 듯 토끼는 거북이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결승점을 향해 달려갔다. 한참을 달렸을까, 중간 지점에서 뒤를 돌아보니 거북이는 보이지도 않았다. 역시 시시하다는 생각이 든 토끼는 여전히 느려도 너무 느린 거북이의 모습에 소리내어 웃었다. 역시 동물들 사이에서 가장 빠른건 자신이고 예전 치타와 동등하게 달린 속도가 죽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다른 동물들과 비슷했다면 아무리 느린 거북이라도 자신의 시야에 보였을 것이라는게 토끼만의 근거였다. 그렇게 허구로 떠들고 다닌 ‘토끼치타동등설’이 사실이라고 굳게 믿으며 내친김에 잠깐 눈만 붙이자는 생각으로 낮잠을 잤다.
 
  얼마나 지났을까,  중간점을 지나는 거북이는 세상 모르고 낮잠을 자고 있는 토끼를 보았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굳이 자신보다 느린 상대에게 경주를 신청하고 경주 도중에 낮잠을 자다니. 이런 무시가 또 없었다. 일말의 기대를 한 자신이 미웠고 동물들이 보는 경기에서마저 더티플레이를 한 토끼가 저주스러웠다.  '차라리 수영을 하자고 할 걸', '그냥 씨름을 하자고 할 걸 그랬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상대의 약한 부분을 이용해 자신의 강점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기에 거북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결승점을 향해 걸어갔다.
  거북이는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토끼가 자다 깨서 달려와 결승점을 지나도 상관없었다. 거북이는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여기서 포기하면 질 게 뻔한 경주를 수락한 스스로의 선택을 믿지 못하는 것이니 그냥 자신의 선택을 믿으며 결승점을 향해 걸었고 한참이나 걸렸지만 결국 토끼보다 먼저 결승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결승점에서 많은 동물들이 거북이를 응원하며 축하했다. 거북이는 경주를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겼고 많은 동물들이 자신을 응원하고 있음을 다시 깨닫게 되어 자신이 정말 행복하고 멋진 동물임을 되새겼다.

  “으으….”
  토끼는 해가 지고 밤이 되어서야 추위에 몸을 떨며 일어났다. 주변을 보니 이미 어두워진 경주길.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급하게 결승점으로 달려가면서도 거북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냐, 아무리 시간이 많이 지났더라도, 혹시 거북이가 날 지나쳤을지라도 지금부터 달리면 따라잡을 수 있을거야! 내가 누군데!!!! 치타와 어? 대결에서 어? 동등하개 달렸고 내가 간발의 차로 이겼는데 어?! 이대로 질 순 없어!!!” 토끼는 살면서 달려 본 속도 중에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렸다. 남은 생애 다시 이렇게 달릴 수 있을까 의문이 생길 정도로 빨리 달렸다.

  결승전에 도착한 토끼는 자신이 그토록 무시하고 까내렸던 거북이에게 졌음을 알았고 거북이가 흘린 땀자국들과 숲 속 동물 친구들이 버리고 간 피켓에 덧칠 된 낙서들을 보았다.
 
  “토끼 병xxx”
  “토끼 쓰xx”
  “우리 숲 속에서 꺼져”
  “ 다신 우리 마을에 보이지도 말고 글도 쓰지마라. 닉네임 치타경운기 너인거 다 안다.”
 
  그제서야 토끼는 상대의 약점을 들추어내는 것으로 자신의 콤플렉스를 감추려는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을 알았지만, 자신은 이제 사과할 수도 없고, 돌아갈 곳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 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2019. 05. 24 - 첫 작성
2024. 04. 29 - 기본뼈대 수정 및 내용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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