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세상 떠나도 내 죽음일랑 서러워 말고
그저 침울하고 음산한 조종(弔鐘)마냥 흘려 보내주시오
그리고는 세상 사람들에게 경고나 한마디 해주시오
내가 더러운 세상을 떠나 가장 더러운 구더기와 함께 살려 갔다고,
혹시 그대가 이 시를 읽는다 해도 기억일랑 마시오
이 시를 쓴 손을, 그대 이토록 사랑하거든
그대의 감미로운 생각에선 잊혀지길 바랍니다
나를 생각하면 공연히 슬퍼지실 것이기에
내가 녹아서 진흙이 되었을 때
오 ! 설혹 이 시를 보신다 해도 아예
내 가엾은 이름일랑 부르지 마시고
그대의 사랑이 나의 생명과 함께 썩어버리게 하시오
현명한 세상이 그대의 슬픔을 꿰뜷어보고
나 하직한 뒤에 그대까지 비웃으면 어찌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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