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구글 이미지 검색

  재난 영화하면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무엇일까?
쓰나미? 폭설? 지진? 전염병? 좀비? 난 그 무엇보다 사람들 간의 "감정싸움""의견대립"이라고 생각한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대중이 내 말을 따라주면 얼마나 고맙겠는가? 하지만 세상은, 아니 사람들은 그렇게 쉽지 않다. 이 영화에는 단순한 의견대립만 넣은 것이 아니라 의견대립을 극대화 시키는 한 가지를 넣었는데, 바로 "신앙"이다. 편의점이라는 한정적인 공간 안에서 많은 사람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불안에 떨고 있는데, 한 중년 여성이 계속해서 성경 구절을 읊는다.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보는 것을 추천한다. 신앙은 좋은 것이지만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적재적소에 사용하지 못하면 옆에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얼마나 큰 원기옥고구마를 먹게 되는지 영화는 잘 보여주고 있다.

#1. 재난시 사람들의 유형

  불가항력적인 재난이 찾아왔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자리를 지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생존에 필요한 의약품과 식료품을 먼저 챙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가족이나 연인을 먼저 찾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반응들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뿐 아니라, 게임속에서도 일어서도 일어난 적이 있는데, 정말 흥미로운 사건이다.
  B사의 W게임에서 발생한 "오염된 피 사건"은 2005년 9월 13일 게임 내 시스템의 오작동으로 인해 가상 전염병이 퍼진 사건이다. 이 오염된 피는 게임 내 새로운 던전의 보스가 플레이어를 공격했을 때, 지속적으로 체력이 감소하고 주변의 플레이어들에게 전염이 되어 주변 플레이어 모두가 전염에 걸리는 "오염된 피"라는 기술 때문에 발생했다.

<게임 내 대도시 중 하나인 아이언포지. 플레이어는 물론 심지어 NPC까지 전염되었다.>

  던전 내에서 소환된 플레이어의 소환수가 오염된 피에 감염된 채로 소환해제하고, 마을에서 다시 펫을 소환 했을 때, 스킬이 유지된 채로 소환수가 소환이 되어, 주변의 플레이어와 심지어 NPC에게까지 전염이 되어 그 마을에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전염이 되었다. 죽어서 다시 살아나도 그 사이 다른 사람들이 전염이 되었기 때문에 또 죽고, 또 죽고, 마을에는 시체들이 쌓여만 가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는데, 여러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다. 사람들이 죽기 전에 자신의 마나를 사용하여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사람. 전염을 저지시키기 위해 감염자들을 한 곳으로 격리시키려 안내하는 사람.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지 않으려 구석에서 혼자 죽는 사람. 이런 훈훈한 광경 속에서 먹으면 전염병이 풀린다는 "가짜 면역약"을 거금에 파는 사기꾼들도 있었다. 결국 게임사에서 서버 리셋과 빠른 패치로 사태는 수습했었지만, 이런 사건들이 너무 유명해져서 행동심리를 연구하는 대학들이 이 사건을 두고 여러가지 연구를 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영화 <미스트>에서도 많은 유형들의 사람들이 나오는데, 안개가 위험하다는 것을 인지한 이후, 사람들을 진정시키는 사람, 다른 대안을 찾으러 가는 사람,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물증이 없이는 믿지 못하는 사람, 물증을 보러 가자고 해도 자신을 놀린다며 현실을 부정하는 사람, 자신이 믿는 신에게 기도하며 회개하는 사람 등 많은 유형의 사람이 나오는데, 보는 내내 답답하면서도 내가 실제로 저 곳에 있다고 생각하니 충분히 또 이해는 되는 상황이라 한 명 한 명에게 더욱 몰입이 되었던 것 같다.

#2. 리더십의 중요성

  영화를 보다 문득 리더십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리더라는 자리는 그 사람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아무래도 자리라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기에 특히나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사람들의 마음이 불안한 상태에서는 말 한마디가 생각지도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고, 자칫하다가 구성원 모두가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배의 잘못된 선장, 서론에서 이야기 했던 그 신앙심 있는 중년의 여자가 초반부터 눈에 거슬리더니 결국 사고를 쳤다.

윙 가르디움 레비오웃싸- 는 아니고...

  혼돈의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판단력을 잃어가고, 하나로 일관된 주장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 하나 둘 그녀의 말에 동조하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그런 말에도 신봉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

  결국 신봉자들은 안개로부터 탈출할 계획을 짜는 것은 뒷전으로 밀어두고 그냥 당장의 심적위안만을 찾게 된다. 전형적인 사이비, 다단계 등 사람을 세뇌하여 소수의 욕망을 채우는 그런 단체의 모습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무능하지만 말하길 좋아하는 리더, 혹은 겉은 거창하고 화려하지만 결국 논점은 없는 그런 단체를 만나게 되면 우리도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 되겠구나.. 싶었다.

  내가 잘못된 리더가 되지 않기 위해, 아니면 내가 잘못된 리더 아래에 있지 않기 위해, 늘 생각하고 고뇌하고 비판적사고를 키우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 말주변이 없어 급조된 마무리

  더 이상은 말할 것도 없고 말하면 영화를 볼 맛이 안 날 것 같아서, 영화이야기는 여기서 끝낸다.  하고 싶은 말은 "내가 믿고 있는 것이 무조건 맞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 "내가 보는 것이 무조건 맞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
  나도 종교가 있다. 나도 종교가 있기에 종교를 부정하자는 말은 아니고, 누구나 자신의 기준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삶 속에서 낯선 것과 부딪히는 순간에 과연 "내가 보는 것을 색안경을 벗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결국 사람은 자신의 생각대로 살테니까.

  늘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또 물어보고, 끝까지 질문하는 삶을 살아보자. 어릴 때 그렇게 왜? 라는 질문을 하면서 어른이 되어서는 왜 질문하는 것을 멈추는가. 왜? 라는 질문은 질문하는 사람과, 답변하는 사람, 그리고 그들이 살아가는 사회에 늘 좋은 안내자가 될 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