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가 한 번 쯤 찾아오는 기억들

 

언젠가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려 보냈었다.
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라도 날린 것이었을까.
비행기를 날려 보내는 그 날은
뭔가 기분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마음 한편에 걱정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종이비행기는 얼마나 날았을까.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정처 없이 날아다니며
밭에서 일하는 노인과 바다의 물질하는 해녀,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고속도로 위 바쁜 자동차들,
시골의 한적한 여유와 도시의 숨 막히는 바쁨을 보고서도
무엇이 좋아 지치지도 않는지 날고 또 날았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잊고 있다가도
문득 여유가 생길 때면 종이비행기를 떠올리곤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종이비행기는 우연처럼 나에게 돌아왔다.

종이비행기를 잡으니
내가 종이비행기를 날린 이유가 생각났다.

종이비행기는 목적지를 잃고 다시 돌아왔지만
당신의 답장을 기대하며 다시 날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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