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케렌시아(querencia) : 사람마다의 피난처
1. 케렌시아 (querencia)
케렌시아의 정의는 #피난처 #안식처 로 사람이심리적으로 피로하고 괴로울 떄, 현실과 떨어질 수 있는 개인공간, 또는 시간
을 말한다. 언어의 유래는 스페인의 명물인 '투우'에서 유래되었고, 투우경기에 참가한 소가 사람과 싸우다가 지치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는데, 이 공간의 이름이 바로 케렌시아(querencia)다. 케렌시아에 들어간 소는 사람이 외부에서 어떻게 영향을 주지 못한다. 사람은 소가 지치도록 케렌시아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야 하고, 소는 사람이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적절한 타이밍에 케렌시아에 들어가 몸과 마음을 재정비 하여 다시 사람을 상대하러 나가는 것이다. 아무리 힘이 센 소라고 해도 반드시 케렌시아에 들어가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2. 케렌시아를 잃은 현대인들
요즘 많은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일처리, 인간관계 등에 치여서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없이 살고 있다.
세상살이는 고통과 괴로움이 디폴트(기본값)인데 그 고통을 컨트롤 하는 방법을 알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빠지고, 행복을 잊고 불행하다고만 생각하는 이유가 심리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에서 오는 고통을 피하려고 하고 가까이 두려고 하지 않는데, 고통은 자꾸 떨어지지 않고 불행이 자꾸 나를 따라다닌다고 생각하니 힘이 날 수가 있을까. 고통은 언제, 어디서나 곁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고통을 이겨내고 고통이 나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현명하다. "보기 싫은 것, 내게 해가 되는 것은 눈 앞에서 치워라"는 격언이 있다. 눈 앞에 두고 자꾸 쳐다보며 덮어둘 방법, 짓누를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시선을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곳으로 완전히 돌려버리라는 말이다.
케렌시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몰입"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몰입한다는 것은 집중한다로 해석될 수 있지만 집중 보다는 좀 더 고차원적인 영역이다.
만약, 그런 케렌시아가 없다고 생각된다면 어릴 적 어떤 취미생활, 놀이를 할 때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집중했던 적을 떠올려보자. 30분이 지난 것처럼 놀았지만 4시간이 훌쩍 넘어가버린 그런 시간들. 그런 경험이 바로 몰입이다. 현실세계와 분리되어 시공간의 감각이 무뎌질만큼의 집중단계. 옆에서 누가 말을 걸어도 외부와 차단되어 오롯이 자신과의 소통만 이뤄지는 곳. 그 공간이 내 방이 될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까페가 될 수도 있고, 음악이 될 수도 있고, 미술작품이 될 수도 있다.
3. 안식처 또는 피난처
사람들은 현실에서 정말 열심히 살다가 휴식이 필요할 때 환기 겸 재충전의 의미로 자신만의 케렌시아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반대로 현실세계가 너무 괴롭고 현실에서 도망칠 수 있는 공간조차 없어 발버둥을 치다가 가상의 세계로 도망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예를 들기 좋은 것이 바로 "가상현실"이다. 2030세대들이야 학창시절부터 "온라인"이라는 단어를 생활에서 접하고 실제 온라인 속 가상경험을 하며 자라온 세대라서 거부감이 없지만 50,60세대들은 한창 직장생활을 하는 도중에, 혹은 그 뒤에 "온라인"
이라는 단어를 접하고 경험했기에 사실 컴퓨터, 온라인시스템이 없어도 큰 불편함이 없을 수 있다. 각 세대가 느끼는 이 갭 차이에서 나오는 갈등들이 바로 "중독문제"다. 사실 게임이나 SNS를 한다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과하게, 무리하게" 한다는 것이 갈등의 큰 원인인데. 기성세대들은 혹시라도 가상의 세계에 빠져 현실을 잊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중독을 논하기 전에 아이들이 왜 가상현실에 빠지고 중독처럼 보일만큼 몰입하는지도 부모로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앞서 '케렌시아'의 뜻이 무엇이라고 했는지 기억하는가? 바로 "안식처" 또는 "피난처"다. 이 맥락에서 케렌시아는 바로 "피난처"의 역할이다. 내가 편하고 아늑하게 있어야할 곳,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괴로움들이 집에서만큼은 나를 괴롭히지 않고 나에게 다가오지 않는, 그런 공간이 되어야 하는데, 집에 돌아와서도 밖에서의 고통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아이는 집 외에 또 다른 "나만의 안식처"를 찾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가상현실"이다.
온라인 하면 선두주자로 나오는 것이 게임이고, 그 다음이 SNS, 채팅, 커뮤니티 등이다. 많은 연구자료 중에 불우한 집안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게임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고, 거기에 기성세대가 가지는 컴퓨터, 온라인, 게임에서 느끼는 거부감이 섞여 "아이가 게임을 하니 갈등이 생기고, 아이가 내 말을 듣지 않는다. 게임만 없어지면, 게임중독만 치료하면 아이가 정상으로 돌아올거야!"라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사실 아이에게는 게임보다는 "자신이 마음 속 평안을 느낄 수 있는 집"을 더 원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SNS, 커뮤니티, 채팅 등도 마찬가지다.
학교를 마치면 학원뺑뺑이에 쉴 틈 없이 공부만 해야하고,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관리하는 방법도 모른 채, 눈 앞의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는 소와 다를 게 무엇일까. 그렇다고 집에 오면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잠도 못자는데, 아이 입장에서는 집에 들어가는 것 자체도 투우장에 들어가는 소의 심정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갈등 이면에 있는 서로의 속 마음을 알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좀 더 행복한 케렌시아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4. 케렌시아를 만들어가는 방법
배우 하정우가 자신의 에세이[걷는사람, 하정우]에서 말했다. 요즘 사람들은 쉬는 방법을 모른다고, 쉴 때는 외부와 단절된 시간이 필요하며, 폰, 컴퓨터, TV와 자신을 차단하고 정말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에만 전념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나 지금 쉬어"라고 말하면서도 폰을 만지고 TV를 보고 게임을 하는 등. 일만 안한다 뿐이지 쉴 새 없이 눈과 손과 귀를 움직인다고 말했다.
사실 폰, TV, 게임은 하는동안 집중하는 것도, 쉬는 것도 아닌 시간과 체력만 잡아먹는 낭비뿐이다, 자신이 정말 몰입할 수 있는 취미생활이나 공부를 하는 것이 더 좋고, 정말 그런 생산적인 일들이 없다면 낭비뿐인 행동들 말고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쓸 데 없는 행동으로 에너지와 집중력일 낭비하는 것이 더 나쁘다고 할 수 있다.